누군가 나에게 스스로를 설명해보라고 하면
꽃밭에 사는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
오랫동안 인터넷 상에서 모든 이름을 미탄이라고 쓰고 있었기에
꽃밭에 사는 나를 한마디로 정의하면
미탄의 꽃밭이 된다
꽃을 좋아하고 키우는 일이 내 정체성의 일부가 된 것은 서른다섯 살 전후이다
도시에서 살았던 35년간 나도 내가 손을 대면 꽃이 저절로 죽는 줄 알았고
그만큼의 죄책감도 가지고 살았다
하지만 시골에서 폐교를 빌려 살던 시절,
풀로 뒤덮힌 땅을 꽃으로 대신 채우며 알게 된 확실한 사실은
햇볕도 바람도 없는 공간에서, 작은 화분에 심어 둔 꽃은 제대로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
그렇다
특별히 내가 똥손이었던 것이 아니라 꽃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죽었던 것이다
시골에 살면서 꽃을 키우니 천평의 땅이 꽃으로 꽉 차기도 했다
그 꽃밭에서 뼈를 묻게 될 줄 알았으나
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해야하나
어쩔 수 없는 일이 생겨 도시로 돌아왔다
도시에서의 삶은 시끄럽고 팍팍해서
옥상에 화분을 놓고 꽃을 키우는 것으로 위로를 삼다가
결국은 강화도의 시골마을로 와서 살고 있다
도시에서는 숨을 쉴 수 없는 사람이어서
그리고 너무너무 꽃밭을 가지고 싶어서
현실적인 앞뒤 재어보기 따위는 시원하게 버리고 일단 도망쳐왔다
원하는 것이 선명하다는 건 큰 축복이다